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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actor 만다라

실버예술활동

찾아가는 미술프로그램

 나는 지역의 실버 예술활동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나에게 배당된 분들을 직접 만나 일대 일로 미술이나 공예 수업을 진행해 드린다. 이런 일들을 하기 전에는 어르신들의 일상을 알 수 없었다. 특히 홀로 사시는 어르신들의 일상을 전혀 알지 못했었다. 특히 사회로부터 잊혀 가는 분들의 삶의 이야기들을 알 수 없었는데 이 일을 하는 동안 노년의 삶의 질에 대한 고민을 하는 계기가 되었었다. 어떻게 사는 것이 아름다운 노년을 준비하는 것일지, 그리고 외롭지 않게 노년기를 보낼 수 있는 길들에 대하여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었다. 어쩌면 지금 현시점을 살아가기에도 벅차고 힘든 인생사에서 어떻게 노년기를 준비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많이 생기곤 한다. 가슴 아프게도 외롭게 살아가는 분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젊어서부터 삶이 어려웠던 분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물론 그 젊음의 기준과 그 시점을 어디에 두는 가의 문제도 있으나, 대체적으로 그렇다. 어르신 대상의 예술활동 시작 초기인 2012년부터 2017까지는 저소득, 독거노인 대상으로만 이 활동이 진행되었으나 2018년도부터는 차상위까지 폭넓게 확대되어 진행되었다. 2021년도를 맞이한 지금은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활동이 거의 단절되었다. 그 수많은 분들이 집 안에서 어떻게 생활하고 계실지, 어떤 궁핍들을 견뎌내고 계실지 모를 일이다. 지난 7년 동안 이 일을 하면서 느끼고 체험한 바가 크고 충격적인 모습으로 각인된 것들도 있으므로 나는 나의 노후를 잘 준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나는 한 분 한 분을 만나기 위해서 재료들을 준비하고 가는 길을 찾아 메모를 해야 한다. 4년 전만 하더라도 주소지에 나타나지 않는 그런 집들도 종종 있었다. 몇 년 사이에 길을 찾는 일은 조금 더 수월해진 것 같다. 스마트폰 주소 찾기의 도움이 크지만 그래도 나는 아날로그적인 것들을 포기하지 못하고 메모하는 것을 고수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미술도구 등의 짐들을 들고 다녀야 한다는 것이 늘 무겁고 힘든 일이다. 10년이 넘도록 늘 짐꾸러미들을 들고 다니는 나의 일상을 나는 나의 자부심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나는 늘 미술, 공예재료들을 들고 집 밖을 나설 때마다 "나의 길"에 대한 생강을 많이 한다. 사람마다 각기 다른 사연들이 있고 살아가는 방식들이 다르지만 결국 모두가 똑같이 맞이하는 것은 "죽음"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그다지 타인의 삶을 부러워하거나 욕심을 부릴 일들도 없어지는 것 같다. 나는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하는 일을 하는 동안 그런 것들을 많이 느꼈었다. 아름답게 멋지게 늙어 간다는 것, 그렇게 나이 먹어 간다는 것, 그러기 위해서 는 건강해야 한다는 것, 그러므로 노년기를 힘 있게 살기 위해서는 건강해야 하고 돈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어르신들을 만나러 가는 길고 긴 시간들을 통해 인생의 여정을 걷는다고 생각했다. 대체적으로 참으로 힘들고 먼 길들을 찾아서 가야 할 때도 있다. 예술활동을 해드리는 1시간의 시간보다도 그 길을 찾아가는 시간들이 더 고달프고 힘들 때가 있다. 나는 이러한 시간들을 봉사와 희생하는 마음으로 바치며 살아왔던 것 같다.

 이렇게 찾아뵙고 인사를 드리고 예술활동은 시작된다. 대부분의 어르신들은 이러한 활동에 대하여 감사해하시고 그리고 미안해하시기도 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어르신들은 예술활동 시간을 즐거워하시고 행복해하신다. 그 순간만큼은 육체적 아픔을 잊기도 하시고 우울감도 잊으실 정도로 즐거워하신다. 나는 이 활동을 하는 동안 참으로 다양한 분들을 만날 수 있었다. 물론 연세가 있으시므로 거의 100% 육체적인 질병은 갖고 있으셨고, 암환자도 많았다. 우울증에 시달리는 분, 중증치매, 경증 치매 등 다양한 질병으로 고생하시는 분들이 많았다. 결과적으로 건강하신 분들은 없었다. 나이를 먹고 몸을 많이 써서 이곳저곳 아프다지만, 안 아플 수는 없는 것인지, 건강하게 나이 들어가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지에 대해 혼자 생각도 많이 했었다. 이렇게 육체적으로 병들고 아프다고 마음과 정서까지 병들고 아픈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치매환자의 경우는 다르지만 말이다. 나는 암이 전이되어 전신으로 퍼져 세상을 떠날 날들을 준비하고 계신 분들을 만나 미술프로그램을 진행한 경우도 많다. 그 중 한분의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힐링 미술활동

 이 어르신은 늘 진통제를 잔뜩 드시고 나를 기다리고 계셨다. 물론 약효가 30분도 안되서 힘들어 하시는 경우도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그림을 그리는 시간을 기다리셨다. 통증이 심하게 몰려올 때는 누우셔야 했고 누워계신 상태에서 한던 활동을 마무리 해드리고 올 때도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죽을날 얼마 안남기고 무슨 그림을 그릴까? 그렇게 남길 필요가 있는가? 라고 생각 할 수도 있으나 나는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때로는 의미있는 죽음 준비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믈론 이런 결정에는 어르신들의 의견이 가장 중요하지만 그분들에게 정서적 안정과 우울감 해소를 위해서라도 함께 해 드리는 이러한 시간들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현대에는 어르신들을 위한 돌봄 시스템도 어느정도 잘 구축되어 있지만, 보편적으로 그런 서비스가 제공되지는 않는다. 늘 조건과 기준이 있다.

 나는 주로 어른신들에게 의견을 물어보며 프로그램을 수정하기도 하고 다시 구성하기도 하는 등 건강과 상황에 따라서 조율하며 진행한다. 이 암환자 어르신의 경우, 암으로 투병을 하시면서도 사정이 있어 자녀들과 멀리 떨어져 계시는 상황이었다. 지녀들을 몹시 그리워 하시고 계셨다. 그리고 화초를 많이 좋아하셔서 늘 화초를 가꾸는 즐거움이 크셨다. 그래서 나는 프로그램을 어르신이 좋아하시는 것들로 바꾸어 진행했다.

어르신이 애착을 갖고 물을 주고 키우신는 '나의 꽃 화분 그리기', 그리고 종교가 있으시므로 '십자가 그리기', '성요셉상, 성모상'그리기를 준비해 드렸는데, 너무나 좋아하셨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특히 물감을 갖고 찍어내기, 물감 불기등의 프로그램들을 통해서 스 많은 이야기들을 이끌어 내셨다. 마치 유언처럼 말이다. 나는 그런 말씀들을 어르신이 그린 그림 옆에다 받아 적어드렸다. 그 때 어르신이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나는 이렇게 모아진 그림이야기들을 유언으로 남기고 싶어". 라고 하셨다.

사랑하는 나의손 그리기. 우리집 화분 그리기, 물감찍고 이야기 나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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