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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actor 미학으로 보는 세상 이야기

생의 심포지엄(Symposium of Life)

 우리의 삶은 온갖 사건으로 얼룩진 향연의 장이다. 플라톤이 향연에서 아름다움을 중심 주제로 이야기를 전개해나갔듯이 인간이 아름다워지기 위해서는 예술이나 철학 등 다양한 주제를 공부하는 것이 필요함을 역설하고 싶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프라타고라스는 인문학은 사람을 중심으로 사람이 사람답기 위해서 필요한 학문이라고 여겼다.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는인문학적 교육이 절실함을 말해준다. 생을 향유하기 위해서는 물질적인 생활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영양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 인간은 의미를 추구해 나가는 존재이다. 배부른 돼지보다는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는 것이 좀 더 인간다운 것이 아닐까? 인간은 의식주가 해결되고 나서 문화를 추구한다고들 한다. 하지만 알타미라의 동굴 벽화를 보면 그런 것만이 아닌 것 같다. 의식주보다 벽화의 주술적인 의미를 담은 그림들을 통해 인간이 의식주 해결과 동시에 창조적 활동을 시작하지 않았나 싶다.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은 이런 예술적 행위를 포함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스어로 예술은 ‘테크네(techne)’이다. 이것은 예술을 숙련된 기술의 산물을 산출해내는 것으로 여겼다는 것이다. 토마스아퀴나스는 인간의 행위를 내재적 행위와 외재적 행위로 나누고 있다. 내재적 행위는, 공자가 흔히 말하는 인(仁)이 넘치는 행위, 즉 사랑으로 남을 대하는 ‘수기치인(修己治人),의 행위라고 볼 수 있다. 반면에 외재적 행위는 인간 내면의 완성보다는 외부 대상들이 완성되는 것을 말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예술을 자연의 모방이라고 하였다. 예술의 시작은 모방에 있고, 그 모방을 통해 새로운 예술의 세계가 창조된다는 견해이다.

한국의 팝뮤직이 세상을 쥐락펴락하고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방탄소년단이나 트와이스를 좋아한다. 방탄소년단이 외치는 캐취프레이즈(Catch Phrase)는 ‘나를 사랑하라(Love yourself)’이다. 나를 사랑하는 길은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그 중에 예술을 통한 나의 사랑은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세계이다.

  “카르페 디엠(Carpe Diem)!”

영화‘죽은 시인의 사회’를 보았다면 이 말이 기억날 것이다. 번역하면“현재를 즐겨라!”이다. 우리는 현재를 즐기면서 과거와 미래의 가교를 세워야 할 인간적 숙명을 갖고 태어났다. 우리가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유산 중에는 예술적 창조물도 있다. 사람들은 가족 구성원과 함께 서로 사랑을 주고받는다. 시경(時經)에 ‘절차탁마’라는 말이 있다. 직역하면, ‘칼로 다듬고 줄로 쓸며 망치로 쪼고 숫돌로 간다’는 뜻으로 학문이나 덕행을 배우고 닦음을 이르는 말이다.

  플라톤(Platon)의 말처럼 인생은 아름다움을 추구해야 할 존재로서 아름다움이 최고의 선으로 이르도록 노력해야 한다. 항상 배부르지 못한 우리는 소크라테스가 되어 문화적 향수 속에서 다양한 예술의 영역을 추구하며 향연(symposium)을 즐길 수 있어야 될 것이다.

 

흘러 움직이는 생의 품격

 

 서양과 달리 동양에서는 예술작품을 논할 때 품격이라는 단어를 고대로부터 사용해왔다. 사람의 성품과 됨됨이를 아울러 이르는 말을 작품에 대입하여 등급으로 표현하는 우리네 사유가 현대의 시각에서 보면 흥미롭다. 그래서 동양에서 작품의 품격은 작가의 인격이기도 하다.

  송진열 교수의 인문교양서 미학으로 보는 세상이야기를 읽고서 작품과 작가의 인격을 동일시하는 동양적 상유의 합리성을 다시 깨닫는다. 내가 아는 저자와 그의 글은 너무나 닮았다고나 할까.

  이 시대에 꿈을 안고 배움의 길에 들어선 청년들에게 따뜻한 가슴으로 나지막이 들려주는 이 인문이야기는 저자의 다양한 배움의 편력과 지적 호기심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나는 저자와 같이 다양한 배움의 세계를 떠돌아다닌 사람을 본 바가 없다.

  그는 정치외교학과 불문학, 그리고 신학과 매스컴학을 거쳐 사진학과 영화학, 나아가 중국문학에서 한국음악으로, 또 뇌과학으로 종횡무진 이질적인 분야를 두루 섭렵하며 남다른 학문적 열정으로 지적 탐구에 몰입해왔다. 그뿐 아니라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에도 관심이 많아 드론 연습, 합창, 연기연습, 한국춤에 이르기까지 배움의 방랑자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호모루덴스의 놀이하는 인간으로서 저자는 학문을 유희 삼아 배움의 즐거움을 경험한 사람임에 틀림없으리라. 아마도 논어의 학이시습지 불역열호의 의미를 편하게 설명할 수 있겠다 싶다. 그의 삶을 통하여 배우며 즐기며 깨달은 바는 이내 체화 되고 다시 글이나 영상으로 영화로 춤으로 표현되며 순환된다. 그리고 종국에는 이 책을 통하여 지속적으로 던지고 있는 인간은 무어인가’, ‘나는 누구인가라는 존재론적 질문으로 회귀하며 성찰을 요구한다. 여기에 인문학적 사유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의 학문적 편력이 도달하는 지점이다. 그리고선 그가 내어놓는 궁극적 목적이란 나 자신을 향한, 세상을 향한 따뜻한 사랑과 아름다움을 갈망하는 순전함에 있음이렷다.

  중국 당나라의 사공도가 쓴 것으로 알려진 이십사시품(二十四時品)에서는 시의 품격을 24개로 설명하는데, 이는 동양의 미학을 설명하는 독특한 방식으로써 동양인의 미 의식을 잘 보여준다. 시품은 예술작품의 소재나 비평의 도구로써 혹은 미학개념으로 활용되었을 뿐만 아니라 인생이 지향해야 할 지점을 동시에 가리키기도 했다. 나는 이 24개의 시품 중 마지막 화두인 유동(流動)’이 유독 저자의 삶과 본 저자의 서사의 품격을 잘 표현해 주는 시품으로 여겨진다.

  유동(流動)이란 물 흐르듯 움직임이라고 설명되는데, 이는 기운이나 맥락이 멈추어 있지 않고 이곳저곳으로 움직이며, 사고가 멈추지 않고 물이 흐르듯이 약동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유동을 활용한 말 가운데 천기유동(天機流動)이란 표현은 천기 또는 생기가 흘러넘쳐 움직이는 자연현상을 표현한다고 설명한다. 또한 노자는 상선약수(上善若水)’, 즉 자연스럽게 낮은 곳으로 흐르면서 덕을 지니는 물처럼 살아가는 것이 이상적인 삶이라고 말한다. 같은 맥락에서 유연한 사고를 가질 때 최고의 선을 갖출 수 있다는 저자의 지적대로 끊임없이 배우고 변화하는 저자 자신의 인생은 상선약수의 지향점을 향하고 있어 보인다.

 작품에 표현된 예술형식과 그것을 담아낸 예술언어, 그리고 스며있는 작가의 정신세계는 서로 분리될 수 없다. 동일선상의 저작에서 느껴지는 품격은 작가의 세상을 대하는 마음가짐과 태도에서 나온다고 볼 수 있다.

본서를 관통하여 한결같이 보여지는 바는 아마도 정체와 고정의 벽을 허물고자 끊임없이 흐르고 변화하는 생기 머금은 저자의 휴머니스트적인 면모가 아닐까 싶다. 서술한 짧은 에세이들과 영화 이론과 평론들, 그리고 다양한 주제의 소논문들을 통하여 저자는 이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더하여 본서는 자신을 찾아 삶의 아름다움을 찾아 풍성한 삶을 갈망하는 우리 모두를 유동의 품격 속에서 인문학적 상상과 영감의 길로 인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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