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장르의 그림들을 그리며 살아온 나는 우연한 기회에, 아니 얼떨결에 그림이 좋아서 패션디자인과에 만학도로 편입했었다. 서양화를 전공했었던 나는 어쩔 수 없는 환경으로 자퇴를 했었고 그렇게 세월이 흘러 늦은 나이에 다시 공부를 시작했었다. 사실 그때 패션디자인, 패션일러스트레이션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정도로 패션이라는 것에 전혀 관심 없이 살아왔다. 그런 것에 관심 둘 필요가 없는 삶을 살았었기 때문이다. 오로지 그림이 좋아서 그림을 그렸고,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으면 미술 보따리 챙겨 들고 이곳저곳 강의 다니며 프리랜서로 일해왔다. 지금도 그렇게 이름 없는 무명 예술인으로 들꽃처럼 살아가고 있다. 패션 디자인과에서도 오로지 패션 일러스트레이션에만 몰입했던 이유도 그림을 그리고픈 열망 때문이었고, 옷이라는 물건에 그림을 그리고, 동판이라는 매체에 그림을 그리는 것에 몰두하고 연구하며 지냈던 것 같다. 그 당시에 수많은 공모전에 출품하여 모두 다 수상하는 기쁨도 있었는데, 수많은 공모전에서 상을 탔다고 기대했던 취직이 된다거나, 작가로 활동하게 된다거나, 실력을 인정받아 무엇인가 이루어지는 그런 꿈같은 일들은 나에게 주어지지 않았으나, 열정을 다하고 정성을 다했던 작품들이 남아있어 감사하고행복 하다. 패션일러스트레이션이라는 것을 나는 의상 제작을 위한 그림으로서가 아니라 나만이 표현할 수 있는 자유로운 회화의 영역으로 끌어당기고 싶었다. 그리고 누구나 다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그런 매체의 선택을 좋아했던 나는 그래서 칠보의 매력에 끌렸던 것 같다. 물감으로 그리는 그림이 아니라 동판이라는 것에 유약으로 그리는 그림이 참으로 매력적이었다. 790도에서 800도의 고온은 온도에서 구워내어 완성되었던 작품들 중 일부를 오늘도 이곳에서 함께 나누고자 한다.
1. 칠보작업과정
칠보 작업을 위한 준비 과정은 구상한 아이디어와 선택한 프레임 등에 따라서 달라진다. 동판의 싸이즈도 다양하고 모양도 무수히 많아서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다양하고 재미있는 작품들이 가능하다. 나는 주로 정사각형 동판이나 직사각형 동판을 캔버스처럼 사용하였다. 그러니까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종이가 필요하듯이, 서양화를 그리기 위해서는 캔버스가 필요 하듯이 나는 그런 용도로서 동판을 사용했다. 물론 칠보공예 작업은 동판 작업이 필수이다. 그런데 동판의 모양은 원하는데로 제작 가능하다는 것이다. 원형 또는 타원형으로 재단해서 사용 할 수도 있고, 입체적인 형상으로 만들어서 사용할 수도 있다. 나는 대부분의 작업들을 동판을 캔버스처럼 사용하기 위해 정사각형이나 직사각형의 동판들을 모자이크식으로 이어 붙여완성하였다. 그 과정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직사각형 동판(12x18size) 9장 준비한다. 불투명유약, 투명 유약의 색들을 풍부하게 준비했다. 작품 구상에 따르는 색을 넉넉히 준비해야 작업하다가 중단되는 일이 없을 것이다.
- 작업용 가마로는 대형 가마(80x80x80)를 사용했다. 보통 790도~800도의 온도에서 구워내어 완성한다. 식는 과정에서 휘어지므로 꼭 누름쇠로 눌러 놓아야 한다. 나는 누름쇠 대신 주로 대리석 돌판을 사용 했다.
- 가마 옆으로 도구들을 준비해 놓는다. 집게, 누름쇠나 돌판, 걸레, 물대야, 스텐리스망.
- 아이디어 구상에 따르는 스케치가 완성되어야 한다. 색칠도 해보면 좋다. 그리고 사용하고자 하는 동판 크기에 맞는 밑그림이 준비되어야 한다. 그 후 동판 싸이즈대로 그림들을 재단하고 먹지를 데고 그린후 먹지를 떼어낸다. 그런데 손끝으로 문지르면 그방 지워지므로 다시 네임펜으로 그려 주어야만 안전하게 작품을 완성할 수 있다.
- 그 후 유약을 올려 채색해 나가면 된다. 작업을 쉽게 진행하기 위해서 밑그림 그릴 때 색칠했던 것을 참고로 하여 비슷한 유약 색을 골라서 올리면 된다. 작업하다가 유약이 부족하지 않도록 미리 깨끗히 씻어서 준비해 놓는다.
- 화려하고 웅장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싶다면 알갱이 유약을 활용하면 된다. 작업이 완료되면 물기를 충분히 말린 후 가마에 넣어 구어낸다. 보통 790도에서 800도에서 3분 정도면 유약들이 유리질화되어 녹아 아름다운 빛을 띤 작품으로 완성된다.
- 가마에서 나온 작업물은 꼭 누름쇠나 대리석돌로 눌러주어야 판판하게 된다. 여러차례 수정 보완이 가능하다.
2. 작품 보기
아래의 작품은 연필스케치 과정이 길었다. 수 없이 수정 후에 완성된 밑그림으로 동판의 전체 싸이즈에 맞게 그린 후 동판 크기에 맞게 9조각으로 재단하여 동판에 옮겨 그렸다. 1차적으로 동판에 배경색으로 연노랑, 백색, 연회색을 고은 체로 쳐서 뿌리는 과정을 통해 회화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자 하였다. 그렇게 1차로 가마에서 구워낸 후 2차 작업으로 동판 하나 하나 유약올리기 작업을 진행하였다.
Tip. 유약씻을 때 불투명 유약은 흐르는 물에서 3번, 투명유약은 5번 이상 작은 티스푼으로 살살 저어가며 씻어냅니다.
Tip. 붓 선택은 0호~5호까지 다양하게 준비해서 용도에 맞게 사용하는것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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